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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를 거쳐 뇌에 남은 모성애의 비밀

by 찰나의여운 2010.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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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솔로몬 왕 앞에 두 여자가 한 아기를 데리고 나왔다.
“임금님, 제가 이 아기의 진짜 어머니입니다.”
“아닙니다. 이 아기는 제가 낳은 진짜 제 자식입니다.”
“그렇다면 솔로몬 왕께서 누가 이 아기의 진짜 어머니인지를 재판해 주세요.”

그러자 솔로몬은 고민 끝에 두 여자에게 판결을 내렸다.
“나도 누가 진짜 어머니인지 모르겠으니, 이 아기를 둘로 갈라 두 여인에게 나누어 주는 게 낫겠소.”
이때, 한 여자가 울면서 애원하기를
“제발 그 아기를 살려 주세요. 차라리 그 아기를 저 여자에게 주십시오.”

솔로몬은 이 여인이 진짜 어머니라고 외쳤다. 성경을 잘 모르는 사람도 솔로몬 왕에 얽힌 이 지혜로운 일화는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모성애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한결같은 본능이다. 이렇듯 자식을 향한 맹목적인 사랑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모성애에 관련된 기존의 이론은 옥시토신(oxytocin)이라는 호르몬에 대한 설명이었다. 1909년 발견된 옥시토신은 여자가 아이를 낳고, 포옹하고, 젖을 먹이는 일련의 행동과 직결된 호르몬이다. 아기를 낳을 때는 산모의 몸 안에서 농도가 급속히 올라가면서 진통을 자극하여 분만을 용이하도록 만든다. 또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면 어머니의 몸에서 젖 분비를 촉진하는 옥시토신이 분비되기 시작하여 젖꼭지가 꼿꼿해지는 등 몸이 당장 젖을 먹일 준비를 한다. 동물들의 경우 옥시토신이 없는 동물들은 새끼 출산이 느리고 새끼를 덜 핥아 주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최근 <생물정신과학지>에 발표된 노리우치 마도카 박사팀의 논문은 모성애의 비밀을 밝히는 연구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연구팀은 신체 건강한 어머니들에게 16개월가량 된 자신의 아이와 다른 아이들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기능성 자기영상공명장치(fMRI)를 통해 영상을 보는 어머니들의 뇌 활동 패턴을 조사했다. 그 결과, 어머니들이 자기 자식의 영상을 볼 때 다른 아이들의 영상을 볼 때보다 대뇌피질과 변연계의 특정 부분이 활발히 반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웃는 영상보다 우는 영상에 더 강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밝혀냈다. 모성애란 어머니들이 가진 특화된 신체적 기능이라는 사실이 실험 결과에서 확인된 것이다.

이 실험은 그동안 확인 없이 널리 퍼져 있던 어머니와 자식 간의 상관관계에 관한 여러 가지 가설들을 실증해 나가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간다면 어린 아이들의 질병 발생과 어머니와의 관계를 밝히는 데에도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 중이다. 모성애란 결국 자식의 피드백과 상호 연관되어야 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설사 모성애가 온전히 자식과의 상호 작용 없이 부모의 반응일 뿐이라고 밝혀지는 날이 온다 해도 실망할 이유는 없다. 자식을 위하는 행위는, 그것이 지나치고 왜곡되어서 배타적으로 표현되지 않는 한 언제까지나 값진 것으로 남을 것이다. 사랑에 본능이 일조한다고 해서 사랑의 값어치가 떨어지지는 않듯이 말이다.

글 : 김창규 과학칼럼니스트(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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