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01일 01시 35분
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잠시 밖을 나갔다 온 사이에 아들로서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 것이 두고 두고 한이 된다.
사인은 심장박동 정지
원인은 원발 불명의 복막 전이암
항암 치료 3기 중 소화 불능 상태에 빠져 약 2개월간 아무 것도 드실 수가 없었다. 물 조차도
그 동안 내가 한 것이라고는 병원에 잠깐씩 얼굴 비춘 것 외에는 해드린 것이 없다.
아버지는 눈을 감지 못하고 그렇게 세상과 등을 지셨다.
지그시 눈을 감겨드려봐도 한이 남아서인지 눈을 쉽게 감지 못하셨다.
임종을 지켜본 여동생 말로는 주무시듯이 고른 숨을 내쉬며 그렇게 이승의 끈을 놓으셨다고 하지만...
내겐 아직도 아버지께서 한이 남아있으신 것으로 느껴진다.
12월 19일이 아들의 딸 돌잔치가 있다는 걸 아셨던 아버지
그래서 그 돌잔치를 꼭 보고 싶어하셨던 아버지
나 또한 그 돌잔치에 꼭 함께 했으면 했건만...
이기적인 나는 딸아이의 돌잔치를 위하여 삼우제를 지내며 탈상을 했다.
49제를 지내게 되면 돌잔치를 할 수 없게 되고 그렇게 되면 우리 도연이에게 너무나 미안한 맘을 지고 살아야 할 것 같아서..
다행히도 어르신들은 나의 이러한 이기적인 결정에 싫은 말씀은 안하셨다.(속내는 어림잡아 짐작하지만...)
난 아버지와 사이가 썩 좋지 못했다.
살가운 대화 한 번 제대로 한 적은 없다. 내 기억으로는
병원에 계신 동안 수동 면도기로 면도를 잠깐씩 하셨으나 식사를 전혀 못하심과 동시에 체중의 급격한 저하로 수동 면도기로 면도를 하게 되면
얼굴에 상처가 날 것 같다는 말에 근처 상가에서 충전용 면도기를 사드린 것이 내가 해드린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이 되버렸다.
지금 그 면도기는 나의 집 옷장 속 지퍼백에 고이 담겨져있다. 아버지의 유품으로....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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